강직성척추염 환자의 약 80~90%에서 HLA-B27이라는 유전자 항원이 양성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유전자를 가졌다고 해서 반드시 발병하는 것은 아니에요.
솔직히 "강직성척추염"이라는 병명보다 "자가면역질환"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더 크게 걸렸습니다. 내 몸의 면역 시스템이 내 몸을 공격한다니...마음이 심난했습니다...
지난 글에서 K대학교병원 정형외과에서 대퇴비구충돌증후군으로 수술을 권유받은 뒤, 저는 3곳의 전문의에게 세컨드 오피니언을 구하러 나섰습니다. 그중 2곳에서 "아직 수술할 단계가 아니다"라는 안도의 답변을 들었고, 1곳에서는 엉덩이 통증에 대한 전혀 새로운 가능성을 꺼내놓았습니다. 바로 "강직성척추염"이었습니다.

1. 대퇴비구충돌증후군 세컨드 오피니언, 수술은 아직이었다
가장 먼저 방문한 2차 병원의 고관절 전문의는 생각보다 젊은 분이었습니다. K대학교병원에서 복사해 온 영상을 등록하고, 의사 선생님은 그 영상을 꼼꼼히 보시며 자세히 설명해 주셨어요.
그리고 아주 확고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아직 수술할 사이즈는 아닌 것 같습니다." 무리하고 과격한 운동을 제외하고 해당 부위를 조심해서 사용하라고 하셨어요.
진료실을 나오는 순간, "휴..." 하고 안도의 한숨이 나왔습니다. 수술이 필요 없다는 말이 이렇게 큰 안도감을 줄 줄 몰랐어요. 수술을 권유받았을 때의 무게가 얼마나 컸는지를 그때 비로소 실감했습니다. 물론 한 곳의 의견만으로 안심하기엔 이르렀지만, 적어도 수술이 절대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세컨드 오피니언의 가치를 이때 절실히 느꼈어요. 수술이라는 말 한마디에 며칠간 잠을 설쳤던 시간이 떠올랐습니다. 한 곳의 의견만 듣고 바로 수술대에 올라갔다면 지금 어떤 상황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물론 수술이 필요한 시점이 올 수도 있지만, 그 판단은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한 뒤에 내려도 늦지 않다는 것이 제 경험에서 얻은 교훈입니다. 2차 병원이라고 해서 대학병원보다 못하다는 편견은 버려도 될 것 같아요.
2. 두 번째 병원에서도 고관절 통증 수술 보류 의견
두 번째 2차 병원도 다녀왔습니다. 이곳의 의사 선생님도 역시 영상을 보시며 뼈의 변형된 부분이 맞닿아 충돌이 있는 것 같지만, 무리한 스쿼트나 과격한 운동을 제외한다면 지금은 수술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두 곳 연속으로 같은 의견을 들으니 마음이 훨씬 편해졌어요. K대학교병원에서 수술 날짜를 잡으라는 말에 바로 결정하지 않고 세컨드 오피니언을 구한 것이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이 두 번째 병원에서 예상치 못한 이야기가 추가되었습니다. 고관절 충돌 이야기를 마치고 나서 의사 선생님이 영상을 다시 한번 찬찬히 보시더니, 제 엉덩이 통증에 대해 전혀 다른 가능성을 꺼내셨어요. 이 분의 말에 왜 무게감이 있었냐면, 이 정형외과 의사 선생님의 이력이 특별했기 때문입니다. 이전까지 여러 병원에서 진료를 보면서 의사마다 같은 영상을 다른 시선으로 본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기에, 이 분의 독특한 이력이 다른 의사들이 놓칠 수 있는 부분까지 발견할 가능성이 있겠다는 기대감이 들었어요. 검증된 명의에다 영상 판독 전문성까지 갖춘 분이라면 그 의견에 무게를 실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습니다.
3. 영상의학과 출신 정형외과 전문의, 그래서 믿음이 갔다
이 의사 선생님은 원래 영상의학과 전문의였다가 정형외과 고관절 분야로 전향하신 분이었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찾아봤을 때 이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영상의학과 출신이라면 MRI, CT, X-ray를 다른 정형외과 의사보다 더 정밀하게 읽으실 수 있겠다는 막연하지만 자연스러운 믿음이 생겼어요.
실제로 진료실에서 영상을 보시는 방식이 다른 의사 선생님들과 달랐습니다. 일반적으로 정형외과에서는 뼈의 구조와 관절의 상태를 중심으로 보는데, 이 분은 연부조직과 주변 구조물까지 세심하게 살피시는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그 세심한 눈으로 영상을 보시다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강직성척추염이 있는 것 같습니다. 추가적인 혈액검사가 필요할 것 같아요." 고관절 전문의가 엉덩이 통증의 원인으로 강직성척추염을 언급하다니. 이 분의 이력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저는 망설임 없이 혈액검사에 동의했고 다음 진료를 예약했습니다. 되돌아보면 이 의사 선생님을 만난 것이 우연인 듯하지만 필연이었다고 느끼는 이유는, 고관절 수술 세컨드 오피니언을 구하러 간 자리에서 엉덩이 통증의 새로운 실마리까지 함께 얻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수술을 거부하지 않고 확인하러 간 행동이 결과적으로 진단의 폭을 넓혀준 셈이에요.
4. 강직성척추염이란, 엉덩이 통증의 또 다른 가능성
진료를 마치고 돌아와 강직성척추염에 대해 본격적으로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자료에 따르면 강직성척추염은 주로 척추와 골반의 천장관절에 만성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으로 분류됩니다.
가장 흔한 초기 증상은 허리 통증인데,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시작되고, 아침에 뻣뻣하며 움직이면 나아지는 것이 특징이라고 해요. 40세 이전에 3개월 이상 서서히 허리 통증이 나타나면 이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제가 9편에서 들었던 "천장관절염"과의 연결고리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류마티스내과에서 천장관절에 염증이 있다고 했고, 이번에 정형외과에서 강직성척추염 가능성을 제기한 것. 사실 강직성척추염의 핵심 진단 기준 중 하나가 바로 천장관절염의 존재이기 때문에, 두 진단이 같은 맥락에서 이어지는 것이었습니다.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느낌이었지만, 동시에 "자가면역질환"이라는 무게가 가슴을 짓눌렀습니다. 한 가지 더 알게 된 사실은, 강직성척추염 환자의 약 40%에서 고관절 침범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그렇다면 제 대퇴비구충돌증후군과 강직성척추염이 아예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5. "자가면역질환"이라는 단어의 무게, 엉덩이 통증 환자의 심정
솔직히 말하면 "강직성척추염"이라는 병명 자체보다 "자가면역질환"이라는 단어가 훨씬 더 마음에 걸렸습니다.
자가면역질환이란, 외부 적을 막아야 할 면역 시스템이 오작동하여 자기 몸의 조직을 공격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것은 "완치"보다 "관리"라는 단어와 함께 따라다니는 질환이라는 것을 찾아보면서 알게 되었어요.
엉덩이가 아파서 시작된 병원 여정이 혹시 평생 관리해야 할 질환으로 이어지는 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서울대학교병원 자료에 따르면 강직성척추염은 초기에 진단하여 적절히 치료하면 통증이나 뻣뻣함을 조절할 수 있고, 심각한 변형의 발생을 줄이거나 예방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아직 확진이 난 것은 아니니 혈액검사 결과를 기다려 보자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다음 진료일을 기다렸습니다. 그 기다리는 동안 강직성척추염에 대해 블로그, 유튜브, 학회 자료까지 찾아보며 나름 공부를 했어요. 알면 알수록 두렵기도 하지만 알아야 대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조기 발견이 예후에 큰 차이를 만든다는 정보가 제게는 위안이 되었어요. 어쩌면 수년간 원인을 못 찾고 헤맸던 이 시간이 결과적으로 조기에 해당하는 시점일 수도 있으니까요.
6. 강직성척추염 진단 FAQ, 이것이 궁금해요
Q1. HLA-B27 양성이면 강직성척추염 확진인가요?
아닙니다. HLA-B27은 강직성척추염과 강한 연관이 있지만, 이 유전자가 양성이라고 해서 반드시 발병하는 것은 아닙니다. 세브란스병원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 일반 인구에서 HLA-B27 양성률은 약 4%인데, 이 중 대부분은 강직성척추염이 발생하지 않아요. 임상 증상, 영상 검사, 혈액검사를 종합해서 판단하게 됩니다.
Q2. 강직성척추염은 완치가 되나요?
현재까지 완치라는 표현보다는 "관리"와 "조절"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초기에 발견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일상생활에 큰 지장 없이 지낼 수 있는 경우가 많고,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 등 치료 옵션이 크게 발전했다고 해요. 진단 자체에 너무 절망하시기보다 조기 발견의 이점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Q3. 세컨드 오피니언을 받을 때 영상 자료는 어떻게 가져가나요?
대부분의 대학병원에서는 원무과나 영상의학과에서 CD나 USB로 영상 복사를 해줍니다. 비용은 병원마다 다르지만 보통 몇천 원 수준이에요. 이 자료를 가져가면 세컨드 오피니언 병원에서 추가 촬영 없이 바로 영상을 볼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핵심 요약 5줄
1. 세컨드 오피니언 2곳에서 "아직 수술할 단계가 아니다"는 의견을 들어 수술을 보류할 수 있었습니다.
2. 영상의학과 출신 고관절 전문의가 영상에서 강직성척추염 가능성을 제기하며 혈액검사를 권했습니다.
3. 강직성척추염은 자가면역질환으로, 천장관절 염증이 핵심 진단 기준 중 하나입니다.
4. 이전 류마티스내과의 천장관절염 소견과 이번 강직성척추염 가능성이 같은 맥락으로 연결되었습니다.
5. 수술을 권유받았을 때 바로 결정하지 않고 세컨드 오피니언을 구한 것이 올바른 선택이었습니다.
강직성척추염이라는 새로운 이름 앞에서 두려움과 기대가 교차했습니다. 혈액검사 결과에 따라 이 긴 여정의 방향이 다시 한번 바뀔 수 있었어요. 다음 글에서 그 결과와 이후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참고 자료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강직성 척추염
(amc.seoul.kr)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강직성 척추염
(snuh.org)
세브란스병원 건강정보, 강직척추염
(medicine.yonsei.ac.kr)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강직성척추염
(health.kdca.go.kr)
대한정형외과학회지, 대퇴비구 충돌증후군
(jkoa.org)
이 글은 개인의 경험과 공신력 있는 기관의 건강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된 일반적인 건강 정보이며,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글에 담긴 경험담은 개인의 사례로 사람마다 증상과 경과가 다를 수 있습니다. 강직성척추염의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류마티스내과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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